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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으로 물든 문경 봉천사의 개미취 군락

by 그냥정보주는사람 2022. 9. 26.

2022년 트렌드 컬러는 베리 페리(Veri Peri)

베리 페리(Veri Peri)는 세계적인 색상 연구 기업인 팬톤이 선정한 2022년 트렌드 컬러이다. 평온한 푸른색과 활기찬 붉은색이 만나 묘한 보랏빛을 띄는 컬러다. 팬톤은 베리 페리가 모든 푸른색 중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색이자, 창의력과 상상력이 담긴 색이라고 소개했다. 덕분에 올해 각 분야의 트렌드는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경북에도 찬란한 보랏빛 매력을 가진 곳이 있다. 해마다 9월쯤이면 올망졸망한 개미취 꽃이 꿈결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문경 봉천사로 떠나보자.

 

개미취꽃 사진
예쁜 개미취꽃

 

1. 고즈넉함 속을 걷다.

봉천사가 있는 월방산은 문경시 산북면에 위치한 해발 360m의 나즈막한 산이다. 삼국시대 소국 중 하나인 사벌국의 중심이 된 산으로 곳곳에 석실 고분이나 삼층석탑 같은 신라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고도는 낮지만 사방이 탁 트여 높은 산 못지않은 전망을 자랑한다. 전망대인 봉천대 너럭바위에 올라서면 안동의 학가산과 의성의 비봉산까지 멀리 내다보인다. 봉황이 둥지에 알을 품고 만년의 세월을 인고했다 하여 봉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 함께 자리 잡은 아담한 사찰이 바로 봉천사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절터를 20여 년 전 복원했다. 사찰을 향해 올라가는 길에는 두꺼비, 호랑이 등 동물 모양의 바위가 위엄을 자랑하며 이곳을 지키고 있다. 대웅전 마당으로 들어서면 한가운데 놓인 약사여래 불상이 은은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는다.

 

2. 보랏빛 가을의 서정

고요한 산사 봉천사는 본래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새해 첫날에는 봉천대 일출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새해 소망을 비는 관광객이 장사진을 이루고, 떡국 나눠 먹기 행사도 진행한다. 어스름한 새벽을 깨우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비경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보랏빛 사진 명소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봉천사 일대를 뒤덮는 보랏빛 개미취 군락의 풍경을 일컫는 말이다.

 

개미취는 꽃대에 개미가 붙은 것처럼 작은 털이 나 지어진 순 우리말 이름이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노란 수술을 중심으로 길쭉한 꽃잎이 펼쳐져 소국, 데이지 꽃과 닮았다. 귀여운 어감과 달리 길이가 1~1.5cm에 달하는데, 키가 큰 탓에 비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7월 말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9월 말쯤 만개한다. 3헥타르의 이 넓은 꽃단지는 봉천사 주지 지정 스님이 몇 년 전부터 직접 가꿔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 한 송이씩 심어둔 꽃은 지금처럼 넓어졌고 커다란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보랏빛 물결이 넘실대는 신비로운 풍경이 입소문을 타며 하루 1천5백여 명이 찾는 가을 명소가 된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처음 개최된 '봉천사 개미취 축제'에서는 예술 공연과 함께 '개미취 사진 찍기 대회'도 열렸다.

 

3. 꽃밭은 기억을 싣고

봉천사 너럭바위 뒤로 보랏빛 꽃밭이 지평선처럼 아득하게 펼쳐진다. 어른 가슴까지 오는 꽃들이 바람을 따라 하늘거린다. 자기 키와 비슷한 꽃이 신기해서 꽃바다 사이로 쏙 숨어버리는 어린이들도 있다. 높은 너럭바위에 오르면 개미취 군락 전체의 모습을 렌즈에 담을 수 있다. 이때 주변에 울창하게 감싸는 솔숲의 모습은 사진으로도, 두 눈으로도 간직해야 한다. 

 

개미취 군락 한편에는 연분홍, 진분홍, 꽃분홍 코스모스 꽃밭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위 위로 솟은 거대한 노송과 고아한 정자 한 채가 보인다. 조선 중기 유학자인 병암 김현규 선생이 후손들을 위해 지은 병암정이다. 크고 웅장한 바위가 주변을 병품처럼 두르고 있어 병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진사에 급제했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후학 양성에 힘썼던 선생의 마음이 솔잎처럼 푸르다. 개미취 군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자 마루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에 닿는다. 가을의 봉천사를 가득 채우는 개미취의 꽃말은 기억이다. 오밀조밀한 꽃송이마다 보랏빛 기억들이 살랑이고 있다. 

 

4. 총평

여행지에서 보기힘든 보랏빛 물결을 볼 수 있는 문경 봉천사는 8월과 9월 약 두 달 동안 볼 수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보라색을 마주하게 되면 색깔의 희소성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SNS에 업로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숨은 명소를 찾는 여행자라면 내비게이션에 '경상북도 문경시 호계면 봉서 2길 201'을 치고 바로 봉천사로 향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