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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의 초기 한국교회는 어땠을까

by 그냥정보주는사람 2022. 9. 26.

초기 한국교회 알아보기

고난과 역경이 가득했던 1900년대의 대한민국에 교회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음의 쉼을 얻기도, 의지를 다지기도 했으며, 때론 독립운동의 집결지가 되는 등 초기 한국교회는 신앙을 기르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상북도의 초기 교회를 살펴보자.

 

교회 사진
초기 한국교회는 어땠을까?

 

1. 굳은 독립정신을 간직한 봉화 척곡교회

인적이 드문 한적한 마을,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2개의 건물이 보인다. 척곡교회는 대한제국 탁지부 관리를 지낸 김종숙이 미국인 선교사 언더우드를 만나 1907년에 고향에 창립한 교회다. 이대 김종숙은 애국동지와 힘을 합쳐 교회를 설립했는데, 선교사나 단체가 아닌 '개인'의 선구적 의지로 지어졌다는 점이 특별히 가치가 있다. 김종숙은 자신의 토지를 팔아 독립지원금을 마련한 후 남은 돈으로 예배당과 명동서숙을 지었다. 척곡교회는 본래 용도인 복음 전파는 물론이고, 독립투사들의 회합과 자금 전달을 돕는 장소로도 활용됐다.

 

예배당은 본래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방형 건물로 이뤄졌으나 1990년에 앞쪽 현관을 만들면서 붉은 벽돌로 증축했다. 동서쪽에 각각 문을 두어 남녀의 출입을 구분 지은 점에서 당시의 유교적 사상이 엿보인다. 내부의 강단과 아치형 나무 장식이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고 외부에 있는 진갈색 종탑에도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다. 후진 양성에 힘쓰기 위해 만든 교육공간인 '명동서숙'은 본래 6칸 규모로 5칸은 교실 1칸은 여자 기숙사로 사용하다가 1993년 8칸으로 확장됐다. 예배당과 명동서숙 사이에는 이를 구분 짓는 자연석 담장이 둘러 있다.

 

척곡교회는 전국 교회 중 예배당과 교육시설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유일한 곳이어서 종교사는 물론 건축사적으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2. 100년 한옥 교회 영천 자천교회

한옥으로 지어져 마치 고택을 연상케 하는 일자형의 목조 기와 건물이 눈길을 끈다. 자천교회는 100년의 역사와 기품이 깃들어 있는 지방문화재이자 초기 교회의 신앙 유산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 깊은 교회다. 자천 교회의 창립자 권헌중은 일본에 항거하며 피신하던 중 아담스 선교사를 만나 신앙을 가졌다. 이후 신촌면 자천리에 작은 초가삼간을 구입해 서당 겸 기도소로 사용하다가 1903년 교회를 창립했고, 당시 유교적 가치관이 완고했던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1년 뒤에 예배당을 완공했다.

 

주춧돌이 놓인 예배당으로 들어서면 중앙에 버티고 서 있는 4개의 기둥과 예배당을 가로지르는 나무 칸막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는 일자형 교회의 내부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한 방법이면서 남자와 여자가 내외할 수 있도록 가리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출입문도 구분이 돼 있었으나 1948년경 교회가 부흥하면서 좌우의 문을 없애고 예배당 뒤편에 새롭게 출입문을 만들었다. 지붕은 초가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진각지분으로 건물 사면에 지붕면이 경사를 이룬다. 예배당 바로 옆에는 전국 유일의 전통 한옥 교육관인 '신성 학당'이 있다. 제1학당, 제2학당, 기도실, 별빛 문고 등이 있는 이곳에서는 한국기독교 역사교실, 독서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제2학당은 영천시립도서관으로부터 3,000여 권의 책을 지원받아 '별빛 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3. 팔작지붕의 침례교회 울진 용장교회

용장마을 중앙의 세 갈래 길을 지난 도로변, 산기슭에 작은 가옥 한 채가 놓여 있다. 간판이 아니라면 일반 가정집으로 느껴질 만한 소박한 모양새다. 용장 교회는 1907년 울진에서 제일 먼저 설립된 '행곡교회'의 교세 확장에 따라 설립된 교회다. 원래는 마을 입구에 있었으며 1936년경 현 위치로 이건 했다.

 

남서향으로 서 있는 용장 교회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이뤄져 있다. 내부가 텅 빈 통칸의 평면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대들보를 받치기 위해 강판 파이프로 보강해 두었다. 한식 마룻바닥에, 천장은 지붕 아래 다시 한번 흙을 깔아 두텁게 만든 고미반자형이다. 초석 위에 사각기둥을 세우고 대들보와 지붕 가구를 받친 한식 구조, 나무와 흙으로 이뤄진 만듦새에서 옛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예배당 액자 속 흑백 사진을 통해 초기 한국교회의 활발했던 발전 시기를 엿볼 수 있다. 외부의 판넬 지붕 외에는 건립 당시의 근대 한옥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출입문은 정면에 두 짝 미서기문으로 양 측면에 외여닫이문을 내었고 창은 두 짝 미서기창을 달았다. 세로로 적힌 '용장 교회' 목조 간판과 곳에 따라 시멘트를 덧바르거나 판자를 덧댄 모습이 유독 정겹다. 초기의 한옥형 교회가 궁금하다면 울진 용장 교회를 찾아오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