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유블로그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완벽한 경주여행

by 그냥정보주는사람 2022. 9. 27.

경주 봉황대 일대 사진
능을 보면서 안정이되는 경주여행

 

인생을 경주답게, 경주여행의 즐거움을 말하다

인생은 그렇게 경주답게 살아야겠다. 지켜야 할 마음가짐은 시간이 지나도 묵직하게 품고, 바뀌는 환경은 받아들이면서, "경주에서 찾은 인생의 해답 때문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나는 인생의 삐끗 대고 흔들리는 순간마다 경주행 열차를 탈 것 같다.

 

1. 황리단길 속으로

여행자에게는 각자 여행의 이유가 있다. 낯선 공간에서 고유한 매력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마주하고자 나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경주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홀린 듯 가을의 초입 경주로 훌쩍 떠났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십여 년만의 경주의 괜스레 마음이 일렁였다. KTX 열차를 타고 신경주역에 도착 후 50번 버스를 타고 첫 숙소가 있는 황리단길로 갔다. '황리단길'은 황남동과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합쳐 만든 단어로 경리단길만큼 세련되면서도 특색 있는 도로라는 뜻이다. 황리단길은 첨성대, 대릉원 등의 유적지와도 붙어있어 경주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주린 배를 붙잡고 30년 전통의 갈비찜 맛집 '진가네대구갈비'에 왔다. 한 상 가득 정갈한 반찬, 채소 쌈, 시원한 콩나물 국과 함께 돼지갈비찜이 나왔다. 생강과 마늘 맛이 입안을 감싸는 자극적이지 않은 돼지갈비찜은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이었다. 적당한 양념, 부드러운 고기에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먹었다. 한국인답게 볶음밥까지 먹으면 이보다 좋은 한 끼는 없을 것이다.

 

든든히 먹고 황리단길 구경을 시작했다. 황리단길은 그 이름답게 전통한옥 스타일의 상점, '빵지 순례' 명소로 꼽히는 카페 등 2030 세대가 좋아할 공간들로 가득했고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보존돼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둘러보다 까눌레로 유명한 카페 '데네브'로 갔다. 카페는 창 너머 능이 보이는 '왕릉 뷰'를 자랑하는데, 그게 희한하게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온갖 걱정은 능에 묻어두고 독립서점 '어서어서'에서 산 책을 읽으며 새로운 생각들로 마음을 채웠다. 밤이 되면 황리단길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식당에서 술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2. 역사가 깃든 경주

다음날 아침 일찍,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화랑의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상바위까지 부지런히 올라 감탄이 절로 나는 경치를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연인, 가족끼리 모여 푸른 초원에서 각자의 추억을 쌓는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따스해졌다. 울긋불긋 알맞게 익은 단풍이 풍경을 두 배로 아름답게 만든다. 황남동으로 돌아가서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 등 고분이 있는 대릉원에 갔다. 천마총에서 다양한 유물들을 보며 당시 신라 초기 문화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방문했을 때와 다르게 신라의 역사를 배운 후 유적을 보니 더 유익했다. 여러 능을 보니 괜히 기분이 묘해져 사람들 틈에서 한참이나 능을 바라보았다. 인생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조상님께 계속 물어본 것이 괜스레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어둑해질쯤 가려고 아껴두었던 통일신라 교량 '월정교', 국보 제31호 '첨성대', 통일신라 별궁이 자리했던 궁궐터인 '동궁과 월지'를 음미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야간에 더 아름다운을 뽐내는 유적지는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멋이 있었다. 하루 종일 역사 유적 지구를 둘러보니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유적들을 보며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를 되새길 수 있어 의미 있는 하루였다.

 

3. 경주 그리고 나

5일 동안 경주역사유적지구, 보문호, 경주월드와 솔거 미술관 등을 방문하며 경주를 만끽했다. 경주가 유독 매력적인 장소로 기억되는 이유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세계문화유산을 음미하고 웅장한 능을 바라보며 나는 경이로움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그건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세상이 무수히 변해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유적들은 내 인생의 고민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건 한참 방황하던 나에게 무엇보다도 담백하고 진정성 있는 위로였다.

 

4. 바람을 가르는 경주

루지는 특별한 동력장치 없이도 중력을 이용해 작동하는 무동력 카트형 놀이기구다. 지형과 경사를 이용해서 쉽게 방향을 조정하고 제동 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보문단지에 2021년 11월 개장한 경주루지월드는 1.6km의 화랑 코스와 1.4km의 천마 코스로 즐길 수 있다.

 

티켓을 구매한 후, 헬멧과 스마트 태그 팔찌를 착용하고 리프트로 향한다. 경주루지월드는 전망대까지 왕복 700m 구간에 61개 리프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타고 올라가는 동안 울창한 숲과 보문관광단지, 보문호수 전경과 루지 트랙이 한눈에 보인다. 특히 리프트는 스위스 리프트 제작 전문기업 'BMF 사'의 4인승 제품으로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검증받아 안전하게 설치돼 안심하고 탈 수 있다. 리프트에서 내려 안내에 따라 루지에 탑승하고 핸들을 앞쪽으로 천천히 풀면 루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속력이 빨라지면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거세진다.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하강하는 동안은 실제 프로 라이더가 된 듯 들뜨기도 한다. 언뜻언뜻 비치는 멋진 풍경 덕분에 내려오는 과정이 두 배로 즐겁다. 충분히 즐기고 난 후, 스마트 태그 팔찌를 반납하면 루지를 타고 내려오면서 자동을 찍힌 사진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색색의 조명이 트랙을 비춰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루지 시설과 함께 카페, 분식집, 피자집, 추로스 등 음식점뿐만 아니라 산책로와 전망대가 조성돼 있어 하루 종일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