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아래에서의 휴식 그리고 힐링
오션뷰, 리버뷰, 시티뷰 등 수많은 숙소가 창밖의 '풍경'을 강조하는 요즘, 푸른 자연 사이에서 쉬어가는 '숲 뷰' 숙소가 인기다.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맑은 공기를 머금는 것은 기본, 거기에 플러스알파가 기다린다. 경북의 자연경관에 특유의 매력을 더한 개성 있는 숲 속 숙소를 소개한다.
1. 향기와 함께 간직하는 봉화 맨션애플트리
사과향이 은은하게 밴 아담한 나무집의 뒷문을 열면 테라스와 함께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간직한 사과밭이 보인다. 봄에는 흐드러진 하얀 사과꽃, 여름에는 상큼한 풋사과, 가을에는 잘 익은 빨간 사과가 밭을 가득 채운다. 8월 중순부터 11월 초, 가을 수확철은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은 시기다. 마치 소설 '빨간 머리 앤'의 배경 같은 이곳은 스냅사진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밤의 풍경도 낮 못지않게 아름다운데, 어둑한 숲 속 과수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바비큐와 샴페인 한잔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숙소 주변에 사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나른하게 퍼지는 사과향이 꿈결 같은 하루를 만들어준다. 조식은 신선한 사과와 빵, 소시지, 계란, 커피 같은 소박하지만 알찬 메뉴로 준비된다.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과 우구치리, 상금정 같은 맑은 계곡이 인접해 있어 들렀다 가기에도 좋다.
2.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봉화 마녀의 하루
청량산을 따라 자리 잡은 한적한 휴양마을 비나리마을,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지어진 황토집이 바로 '마녀의 하루'다. 2019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122m²의 독채 민박으로 실제 주인장 가족이 거주하는 집을 빌려주는 형식이다. 마당으로 나가면 매실, 아로니아, 블루베리, 대추가 올망졸망 열린 과수나무 정원이 조성돼 있다. 정원 너머에는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드넓은 산세가 펼쳐진다. 스위스의 산중을 연상케 하는 풍경 아래로는 아기자기한 비나리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 풍경을 배경 삼아 마당에 구비된 마녀 빗자루와 모자로 유쾌한 인증숏을 남겨보자. 넉넉한 산이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이곳에서는 파티보다는 조용한 휴식이 어울린다. 한 가지 알리고 싶은 점은 깊은 산속인 만큼 벌레나 곤충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3. 자연의 일부가 되는 영천 소일뜨락
동양 최대의 천문대인 보현산 전망을 마주 보는 소일뜨락은 편백나무와 순수 친환경 자재로 지은 목조주택이다. 가을날에는 숙소로 올라오는 내내 수채화처럼 물든 단풍길이 이어진다. 숙소 내부는 벽면마다 나 있는 커다란 창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온다. 별채에 마련된 온실형 테라스에서는 불투명한 창 너머로 산속의 풍경이 아득하게 펼쳐져 마치 산 한가운데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나뭇잎과 산새들의 소리, 가슴 깊이 들이마시고 싶은 맑은 공기를 즐기다 보면 밤이 찾아온다. 짙은 어둠 위로 와락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해 본다. 숙소는 매일 환경부 허가 살균소독제를 이용해 꼼꼼히 소독하며, 10kg 미만의 애견 한 마리를 동반할 수 있다. 조식은 주인장이 직접 마련한 토종닭 유정란, 무공해 야채 위주로 구성되며 때에 따라 농장에서 따온 체리, 자두, 샤인 머스캣을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4. 당신만의 원을 만나는 청도 Walking in circle
청도 토평리로 들어가는 길, 평범한 교외 시골마을 사이 흰 콘크리트 건물이 눈에 띈다. 맘먹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잠시 쉬었다 가는 순간'을 지향하는 펜션 'Walking In Circle'이다. 빛과 그늘이 섞여 드는 숙소의 진입로로 들어서면 걸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밖에선 볼 수 없던 아름다운 정원이 나타난다. 외부의 자극과 일상의 소란함을 견고한 외벽이 차단해 주니, 짐과 함께 마음도 편안히 풀면 된다. 침실과 정원은 사이에 통창이 놓여 있어 안팎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일명 '자쿠지'로 불리는 실내 스파와 수영장에서 몸의 긴장을 풀어본다. 세련된 건축미와 특유의 편안함 덕에 숙소 안팎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늘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수영장 너머의 야트막한 능선을 보며 몸과 마음을 비워보자. 떠나는 순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되는 일상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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