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떨어진 자연 속에서 힐링을 느껴보자
하루하루를 꽉 채워 보내는 것 같은데도 마음의 빈틈이 느껴질 때가 있다. 괜스레 어릴 때 방학마다 들렀던 시골 할머니 댁이 떠올랐다. 먹고, 자고, 오로지 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공간이 필요했다. 경북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골로 나만의 작은 바캉스를 떠나본다.
1. 마음이 쉬어가는 집, 영천 유상리 외할머니집
지난 2월 문을 연 독채 민박으로, 실제 외할머니 집을 개조해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한적하고 고요한 동네에 들어서면 정겨운 나무 대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낮은 기와지붕 아래 서까래와 창호지가 발린 문, 그리고 마루 아래 크기별로 차곡차곡 쌓인 장작을 보니 진짜 할머니 댁에 온 것만 같다.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방으로 들어서면 큼지막한 액자와 깨끗한 이불이 바닥에 깔려있다. 여기에 집안 곳곳에 숨은 블루투스 스피커, 핸드드립 커피 등 반전이 있는 매력이 재미를 더해준다. 해 질 녘 마당에서 즐기는 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은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이벤트다. 장작 타는 소리를 배경 삼아 짙은 고요함을 느끼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온다.
2. 주인공이 되는 하루, 울진 산포까사
올망졸망한 자갈이 깔린 마당에 하얀 벽, 푸른 지붕의 집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최근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세트장처럼 평상과 가마솥, 낭만까지 갖추고 있는 민박집이 바로 '산포까사'다. 바다를 마주 보는 숙소 외부가 산뜻한 느낌이라면 집안은 원목가구와 뜨개 장식으로 포근한 감성을 살렸다. 마당에 나와 툇마루에 앉으면 청량한 울진 바다가 두 눈 가득 펼쳐진다. 노을이 질 때쯤, 처마 밑의 알전구를 밝히고 평상 위로 취향 껏 상을 차려내면 나만의 작은 파티장이 완성된다. 특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가마솥 삼겹살은 실제 방문객들의 극찬받는 '필수 코스'이다. 밤에 평상에 누우면 별이 쏟아지는 듯 한 장관이 펼쳐진다.
3. 사계절 꽃피는 정원, 청송 별동산 달빛아래
송소고택을 중심으로 여러 고택이 모인 청송 덕천마을 버들숲 사이로 유난히 아기자기한 한옥이 보인다. 주인이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에 관광객의 문의가 늘어 '별동산 달빛아래'라는 이름으로 민박을 운영하게 됐다. 계절마다 펼쳐지는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부른다. 정원의 각양각색 꽃과 크기별로 놓인 장독대가 시골집의 정취를 한층 더한다. 방에 들어가면 두꺼운 꽃무늬 솜이불과 거울, 수건 등이 단정이 놓여 있다. 야외 바비큐를 즐기고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정갈한 조식이 똑똑 문을 두드린다. 달걀, 고구마, 과일 요거트와 꽃차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한 상에 마음속까지 따뜻한 기운이 번지는 것 같다. 이 다정한 배웅마저 여행에서 받은 뜻밖의 선물이 된다.
4. 아이디어가 샘솟는 힐링 농촌, 문경 궁터별무리마을
궁터별무리마을은 역사와 자연이 살아있는 때 묻지 않은 산촌마을이다. 백두대간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후백제의 견훤이 궁을 짓고 군사를 훈련시켜 '궁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에는 오지로 여겨졌지만, 수려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관광시설, 별 무리가 보이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으로 차츰 알려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궁터별무리마을은 올해 전국 최초로 기업과 연계해 근로자와 가족이 힐링하며 근무와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경상북도에서 지원하는 '농촌힐링워크 사업'에 2호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은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초고속 인터넷망과 사무공간,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세미나실, 체험관, 식당 등 스마트하고 편리한 환경을 마련했다. 도심을 벗어난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에 충분하다. 마을에는 통나무 펜션뿐만 아니라 황토로 만든 한옥 흙집도 있다. 또한 영상장비와 음향시설을 갖춘 '견훤 문화회관'은 업무 공간뿐만 아니라 소규모 세미나 장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계절에 맞춰 오미자 따기, 고구마 캐기, 곶감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힐링체험을 틈틈이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5. 역사와 자연의 어우러짐, 청송 송소고택
250여 년 동안 부를 이어온 영남의 대부호 심부자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송소고택, 고택 곳곳에서 국가민속문화재 제250호의 명성에 걸맞은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고풍스러운 솟을대문, 널찍한 마당, 참나무 향내를 간직한 고택은 민가로서는 최대 규모인 99칸으로 지어졌다. '청송 송소고택'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전에 '덕천동 심부자 집'이라고 불렸을만하다. 특히 혼자만의 작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송소고택은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이 구분된 것으로도 용도에 따라 공간이 나눠진 상류 주택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경상북도 북부 민가 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마당에 앉아 고즈넉한 고택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쉽은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워케이션이 유행하기 전부터도 한옥스테이 명소로 잘 알려졌던 이곳은 현재 대부분의 방을 개방하고 있다. 조금 더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안채나 별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옛날 소품을 보존하기 위해 집 안에서는 취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대신 고택 밖에 있는 큰 마당과 원두막을 이용할 수 있다. 고택 바로 옆, 배우 공유의 화보 촬영지로 알려진 시골 한옥카페에서 티타임을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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