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과 장소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차는 운송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운전석에 앉아 익숙한 쿠션감을 느끼며 핸들을 잡는 순간, 바깥세상과는 분리된 오롯한 나만의 공간이 된다. 최근 차는 개인의 공간을 넘어서 여행수단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위드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 낚시꾼이나 작가들의 소소한 취미로 공유되던 차박이 언택트 여행 트렌드가 된 것이다. 특히 강, 산, 바다가 있는 경상북도는 선택지가 다양해 많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지난 10월 상주 경천섬에서 '차박 캠핑 페스타'를 개최해 전국 각지의 캠퍼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경상북도의 청정 자연 속 아늑한 공간에서 즐기는 나만의 차에서 즐기는 차박의 매력과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차박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다는 차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어느 날, 희소식이 들려왔다. 기존에는 제한된 차종에서만 캠핑카 개조가 가능했던 반면,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차종의 개조가 허용된 것이다. 이제 누구나 원하는 대로 차량 안을 튜닝해 수면시설이나 취사실 등을 꾸밀 수 있다. 물론,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차박은 가능하다. 넉넉한 기름과 이불만 있다면 거창한 장비 대신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 오늘 당장이라도 차박을 즐길 수 있으니깐 말이다.
차박을 할 때는 내가 예매한 숙소가 오션뷰인지 마운틴뷰인지, 혹은 체크아웃 시간이 몇 시인지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마음 편히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밤이면 가벼운 소형 빔프로젝터로 작은 영화관을 꾸려보는 것도 좋겠다. 모닥불을 켜 두고 즐기는 '불멍'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캠핑 관련 장비가 발달하면서 즐길 수 있는 요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조금의 정성만 더한다면 캠핑의 공식과도 같은 라면, 바비큐뿐만 아니라 티본스테이크, 각종 브런치까지 즐길 수 있다. 새벽이슬이 맺히는 아침에 일어나 트렁크를 열고 멀리 펼쳐진 자연을 바라보며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은 고급 로스터리 부럽지 않은 맛을 선사한다. 넓게 펼쳐진 바다 혹은 청량한 숲에서 핸들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나만의 패키지여행을 즐겨보자.
2. 반짝이는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경주 나아해변
해변가와 캠핑장을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오묘한 색의 하늘을 만나는 일몰 경관으로 유명하다. 주황빛 노을에 하늘색 물감을 덧댄 것처럼 서서히 물드는 하늘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남색으로 채워진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별의 행진이 시작된다. 별빛이 해변에 닿아 물빛 또한 반짝인다. 가까운 곳에 편의점과 마트, 공용화장실이 있어 편리하다. 찰랑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근사한 하룻밤을 만끽해보자.
3. 자연이 선물한 캠핑장이 있는 울진 구산해수욕장
과거 핑클이 단체로 방문해 캠핑을 즐긴 곳으로 입소문을 탔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2층 버스를 기준으로 유료 캠핑장과 무료 캠핑장이 나뉜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방파제 덕분에 해변 쪽으로 잔잔한 파도가 넘나들어 한적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해변뿐만 아니라 주차장 뒤쪽으로 펼쳐진 솔밭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여름에는 우거진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캠핑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끝을 가늠할 수 없도록 넓게 펼쳐진 솔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을 답답하게 하던 걱정들이 깨끗하게 걷히는 듯하다. 가까운 곳에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위치해 액티비티도 함께 즐길 수 있다.
4.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는 문경 대정숲
파릇파릇한 숲 속에 자리한 무료 캠핑장으로 소나무와 산철쭉을 만날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다양한 방향으로 우거진 소나무가 쉴 새 없이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캠핑장 곳곳에 마련된 음수대와 화장실 덕분에 보다 편안하게 차박을 즐길 수 있다. 숲 속 지압길을 걸으며 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대정숲의 빼놓을 수 없는 힐링 포인트다. 텐트와 타프를 치고도 남을 만큼 공간이 넓어서 주차 장소나 자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숲 속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5. 낭만적인 하룻밤을 위한 꿀팁
이제 막, 차박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경험자들의 노하우가 담긴 다양한 팁을 알려주겠습니다.
첫 번째, 차는 되도록 SUV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차박을 할 때는 트렁크 공간을 확장해 침실을 만들어야 하는데 소형차에서는 원활한 공간 확보가 어려운 편이다. 또한, 차를 선팅 하거나 선루프를 장착하면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보다 편안한 차박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만약 잠귀가 밝은 스타일이라면 빛과 소음으로부터 떨어진 자리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 근처에 자리를 잡게 되면 밤사이에 오가는 인기척으로 인해 잠에서 깰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밀폐된 공간에서 잠들 경우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들 때는 창문을 조금 열어놓아야 한다.
네 번째, 바비큐를 할 때는 석회를 뫼산 형태로 구부리면 좋다. 육즙이 가장자리로 빠져서 고깃기름이 숯에 들어가 매운 연기가 여기저기 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박을 하기 전 자신이 가고자 하는 장소가 국립공원, 국유림 등 차박이 불가능한 장소가 아닌지 확인해야 하며, 사유지의 경우 허용된 장소에서만 캠핑을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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