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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해서 유명해진 카페를 소개합니다

by 그냥정보주는사람 2022. 9. 29.

그 시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잠시 머물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유일한 목적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 카페는 문화의 장이 되었다. 스터디 공간 등 일상 속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레 카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도 함께 커지는 요즘, 얼마 전부터 새로운 공간들이 나타났다. 버려진 장소를 특색 있는 장소로 만든 '개조 카페'이다. 곳곳에 깊은 애정과 추억 그리고 숨은 이야기가 채워져 있는 그곳으로 들어가 보자.

 

감나무 사진
버려진 장소를 개조하여 핫한 플레이스로 만들다.

 

1. 오랜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문경 산양정행소

문경시 산양면의 한적한 거리를 걷다 보면 널찍하고 단정한 목조 건물 카페 산양정행소를 만날 수 있다. 어르신들은 옛날에 여기가 양조장이라고 추억을 회상하며 지나기도 한다. 산양정행소의 시작은 무려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1980년까지 석탄 산업 부흥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던 신양양조장은 폐광 이후 문을 닫아 20여 년 동안 별다른 목적 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 버려진 건물을 청년기업 리플레이스가 지금의 베이커리 카페 산양정행소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한옥과 양옥의 매력을 살려 지역의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6월에는 오픈 1주년 기념 전시를 진행하며 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정체정을 알리기도 했다.

 

오래된 멋만큼이나 각종 디저트의 깊이 있는 맛도 눈에 띈다. 전문 제빵사가 매일 아침 구워내는 막걸리 식빵, 막걸리 크림 타르트 등의 베이커리가 양조장 특징을 살린 산양정행소의 주력 메뉴인 '쌀 라테'에 샷을 추가하는 것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음료로 한번 맛보면 특유의 고소함을 잊지 못한다. 산양정행소는 정행이라는 이름처럼 마을의 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지도를 나눠주고, 문경 곳곳의 숨은 명소를 누빌 수 있는 자전거도 대여해 준다. 낯선 이에게 기꺼이 안내소 역할을 자처하는 이곳에서는 공간을 넘어 지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문경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산양정행소의 다정한 커피 한잔과 함께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2.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고령 징검다리연구소 카페

1944년 개교한 고령 우곡초등학교 도진 분교는 2013년 본교로 통합되며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6년 뒤, 폐교는 묵은 먼지를 털고 교문 안으로 다시 사람들을 불러 소통하고 있다. 분교를 카페이자 캠핑장, 문화공간으로 꾸민 징검다리연구소 카페는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곳은 오래된 자원을 보존하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재생 마을 '경상북도 행복씨앗마을 1호' 지정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우거진 나무숲을 지나면 나타나는 카페는 옛 분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동화 속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로 들어가면 오래된 나무 복도의 유난히 낮은 창문, 자그마한 신발장 등 옛 초등학교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칠판에 방명록도 남겨보고 교실 속에 꾸며진 카페를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면 주변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이곳의 상주견들을 만날 수 있다. 애견카페로 입소문이 난 징검다리연구소 카페는 각종 커피류와 향긋한 티는 물론 강아지를 위한 멍멍 라테도 제공한다. 자색고구마, 호박, 직접 재배한 새싹보리 3종류로 구성된 강아지 전용 음료는 안전한 성분으로 만들어져 믿고 먹일 수 있다. 테라스로 나서면 넓은 운동장이 보인다. 과거 아이들이 뛰놀던 곳에서 이제 반려견들이 마음껏 달리고 있다.

 

3. 달콤하고 섬세한 라테 한잔을 원한다면 김천 양조장카페

포근한 크림색 건물이 골목 입구에서부터 눈에 띈다. 빨간 벤치와 지붕 아래 무심하게 쓰인 '양조장CAFE'라는 상호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이곳의 특별한 감각을 짐작케 한다. 김천 양조장카페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과거 양조장으로 운영되던 공간이다. 네모난 형태로 배치된 건물에 너른 중정 마당까지 갖췄다. 곳곳에 세월을 흔적을 살피며 모든 구역을 둘러보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과거 양조장에서 쓰던 저울과 말통이 그대로 자리한 마당과 각 공간에 남은 숙성실, 국실 등 오래된 안내판에서 이곳의 역사가 느껴진다.

 

실내로 들어서면 밖에서 봤을 때보다 더 아늑하고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옛 난로와 타자기, 7080 레코드와 신문까지, 주인장의 취향이 짙게 묻은 레트로 소품들이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조금은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선명한 낭만을 간직한 옛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옛날 시절이 기억나서 추억의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런 섬세함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카페 본연의 목적인 커피에서도 드러난다. 부드러운 수제 크림이 얹힌 이곳의 시그니처 커피 '크림 라테'는 부드러운 풍미와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을 선사한다. 컵 둘레에 시나몬 가루를 듬뿍 묻힌 시나몬 라테는 풍부한 맛과 향으로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다. 소멸되는 곳을 골똘히 바라보던 시선, 그 깊이 있는 애정으로부터 비롯된 경상북도 개조 카페에서 시대를 아우르는 공간의 울림을 느껴보자.